행사 당일 1주일 전 쯤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Amathon 2019.
AUSG(AWSKRUG 대학생 모임)에서 주최하는 해커톤 행사이고, 올해로 두번째라고 한다.
대학생 혹은 주니어 개발자가 참여대상이다.
사실 이 해커톤에 참여할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고민이 많았다.
주된 이유는 " 내 실력이 모자랄까봐 "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용기내어 참가했지만 가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자꾸 그런 생각만 하면서 온실 속의 화초로 있기 보다는,
좀 깨지고 혹여나 창피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나 자신을 그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경험도 해야 자극도 되고 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고민하지 말고 일단 참가 신청 해두자, 라고 결론을 냈고,
총 18개의 주제 중
1지망으로 "Youtube Creator를 위한 댓글 추첨 할 수 있는 웹사이트 만들기 (좋아요, 공유, 댓글 수 등 반영)",
2지망으로 "Voice Msg를 커밋 메시지로 달 수 있는 데스크탑 앱 만들기 (git status, git add, git commit 가능)",
3지망으로 "일정을 등록하면 Polly가 리마인드 해주는 리마인더 앱 만들기"
이렇게 3개를 골라서 지원했다.
그리고 행사 일주일 전 쯤, 1지망으로 지원한 "YouTube 댓글 추첨 웹사이트"로 참가 확정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그렇게 8월의 마지막과 9월의 시작을 Amathon과 함께 하게 되었다.
팀빌딩 & 해커톤 시작
역삼역 GS 타워에 도착해서 각종 기념품을 받고, 내 자리로 갔더니 이미 팀원 한 분이 와 계셨다. 나보다 경력이 더 있으신 백엔드 개발자 분이었고, 시작 시간에 맞춰 프론트 개발자 한 분도 오셨는데 그 분은 막학기를 앞둔 대학생이었다. 디자이너의 자리도 하나 남아있었지만 이 주제로 지원한 디자이너는 한명도 없다고 하여...😢 디자이너 없이 개발자들끼리 진행하게 되었다.
운영진 분들의 간단한 안내가 끝나고, 곧바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기존에 공지된 각각의 대주제에 대해 세부적인 요구사항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더라... 그냥 알아서 하고싶은대로 만드는 거였다. 단 AWS 서비스를 최소 1개는 써야 하고.
그래서 급히 조사도 해보고 기획 하던 도중... 발견한 것은 유튜브 댓글 추첨 사이트는 이미 그럴싸한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
다만 추첨로직을 사용자가 직접 정할 수 없고, 단 1개의 댓글만 추첨할 수 있다는 한계를 발견하고...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즉 어떤 로직으로 댓글을 추첨할지, 이를테면 각 댓글마다 받은 좋아요 수에 가중치 몇 퍼센트, 댓글을 게시한 시간이 빠를수록 가중치 몇 퍼센트... 이런 것들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추첨할 댓글 개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YouTube Creator를 위한 사이트"가 주제인만큼, 각 크리에이터가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한 다음 본인이 게시한 유튜브 영상에 대해 직접 추첨을 진행할 수 있는 기능을 기획했다. (이 부분은 시간 관계상 완성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백엔드는 YouTube API를 사용하는 API를 Spring Boot로 개발하고, 프론트엔드는 React로 Single Page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개발을 시작하고... 한창 개발하다가 저녁 먹고, 간식 먹고, 다시 개발하고... 하다보니 금방 밤 12시가 되었다. 시간이 간 것에 비해 너무 한 게 없어서 초조하기는 하고, 몸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한 때가 대충 그 때쯤 이었던 것 같다.
해커톤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게, "아 평소에 지겨울 정도로 반복을 해야 이럴 때 빨리빨리 만들겠구나... 여윽시 반복의 중요성..." 이다. 별거 아닌 거 만드는데도 이런저런 삽질을 하다보니 예상한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결국은 평소 개인시간에 투입하는 연습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어느덧 새벽 시간을 지나 해가 트고, 발표 시간이 다가왔다. 목표보다 한참 못미치는 결과물에 다소 절망적이었지만... 일단 시연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마무리까지 마쳤다.
이 해커톤은 딱히 등수를 가리는 평가를 하지는 않아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든 긍정적으로 봐주고 박수쳐주는 분위기였다. 심사위원 분들의 코멘트도 최대한 격려하는 방향이었고.
하지만 다른 조 발표를 보다보니 나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나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프라이버시 문제 해결하는 4Flix' 만든 조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그 외에도 대부분 조가 AWS 서비스를 익숙한 듯 적절하게 사용한 점, 많은 기능들을 구현한 점, 그리고 발표자에게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게 공통점이다. 본인이 사용한 기술과 구현한 방식에 대한 확실한 주관을 갖고 있는 듯 했다. 뭔가 내공을 뿜뿜 내뿜는 포스랄까...? 나한테 부족한 부분이다.
Amathon 2019를 마치고
후기를 해커톤 끝나자마자 바로 썼어야 하는데, 귀찮다는 핑계로 미루다 거의 2주나 지나서 쓰려니 뭔가 그 때의 느낌들이 전부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생각 나는대로 써보자면,
개인적으로는 대학교 교내에서 했던 해커톤, 멋쟁이사자처럼 5기 때 했던 해커톤 이후로 3번째 해커톤이었는데, 역시나 참가자들의 수준이 가장 높았던 것 같다. 사실 교내 해커톤이나 멋사는 개발에 갓 입문한 사람들이 주로 많이 참가하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부분이고. Amathon은 참가 대상이 주니어 개발자까지도 가능한 행사여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 많이 오셨고 대학생 참가자들의 실력도 뛰어났다. (나는 대학생 때 뭐했지...) 구체적인 구현 실력도 그렇지만 특히나 AWS 등의 클라우드, 인프라 관련된 지식 수준이 다들 높은 것 같았다.
'내가 정말 갈 길이 멀구나' 라는 생각과, 피곤한 몸뚱아리가 하나 되어 집 가는 길에는 좀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참가하길 잘했다 싶은 건,
- 주말에 딩굴딩굴 하는 것보다는 훨씬 생산적인 활동이었다. 밤새느라 월요일까지 힘들었지만.
- 이전에 참가한 해커톤은 1인으로 참가하거나, 미리 짜여진 조로 참가했는데, 이번 해커톤은 당일에 행사 장소에서 처음 만난 분들과 합을 이뤘다. 학교 친구나 회사 동료가 아닌, 즉석에서 만나 하루동안 후딱 협업을 한다는 게 새롭게 다가와서 좋았다.
- 젊고 실력 있는 또래 개발자 분들과 뭔가 함께 했다는 뿌듯함.
- 그 분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배울 점이 있었다는 것. 더불어 심사위원 분들의 코멘트도 좋은 배울거리가 되었다.
- "역시 잘 하는 사람들 정말 많구나. 항상 겸손하게, 끊임없이 공부해야겠구나"를 느꼈다.
나중에 이 글을 다시 볼 때마다 Amathon의 기억을 되새기며, 더 열심히 사는 내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1년동안 일취월장해서 내년에 또 참가하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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